세계 2, 3위 철도차량제작업체인 지멘스와 알스톰의 합병사연
출처 : https://headlines.yahoo.co.jp/article?a=20171010-00192094-toyo-bus_all
지난달 26일, 세계 철도차량업계에 충격을 던지는 뉴스가 나돌았습니다. 업계 2위의 독일 지멘스 철도사업부문과 3위인 프랑스 알스톰사가 합병을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양 사는 2018년 연말까지 합병작업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회사 "지멘스-알스톰"을 발족시키기로 발표했는데, 합병의 배경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중국, 일본, 한국 등 신규 라이벌에 대항하고, 디지털화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알스톰의 앙리 푸파르 라파르쥬 CEO는 합병을 단행하게 된 이유를 회견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름이 거론된 중국은 매출 36조원 이상을 자랑하는 업계 최대의 선두주자인 중국중차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2015년에 중국기업 2개사가 합병하면서 생긴 메이커입니다. 매출 10조원에 못미치는 지멘스나 9조원 이상의 알스톰을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일본 국내의 2강으로 거론되는 히타치제작소와 가와사키중공업의 철도사업 매출액은 각각 5조원에 못미치거나 1조 4천억에 모자라는 수준으로 세계 선두권과는 격차가 크게 뒤지고 있습니다.
세계 철도시장에서는 낮은 가격을 무기로 중국중차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매출은 중국국내에서 거의 대부분 발생하고 있으며 해외매출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금액으로는 약 3조원 정도로 세계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무시못할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중국 국내 수요는 머지않아 정점을 찍을 예정이어서, 공장가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외판매로 크게 전환해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의 라이벌들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가운데, 지멘스와 알스톰의 합병은 이러한 흐름에 따르는 것입니다.
■ 실제로는 지멘스에 의한 알스톰 "매수"
지멘스는 신회사의 주식을 50% 취득하고, 신회사 설립에서 4년이후에 주식 2%를 추가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임원 11명 중 6명은 지멘스가 지명할 예정입니다. 지멘스와 알스톰 양사는 "대등한 관계의 합병"이라고 하고 있으나, 이렇게 살펴본 양사의 힘의 관계를 볼 때 지멘스 측이 주도권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알스톰에 대한 배려도 보이고 있습니다. 신회사의 본사는 파리 혹은 그 주변에 두고 프랑스에서 주식을 상장하게 됩니다. 신회사의 CEO에는 알스톰의 라파르쥬 CEO가 취임하게 됩니다. 회견에서는 "향후에도 프랑스인이 CEO를 맡게되는가?"라는 질문도 있었습니다만, 라파르쥬 CEO는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명확한 답변을 피했습니다.
지멘스와 알스톰의 합병 소문은 3년전부터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알스톰은 철도전문기업이 아닌 가스터빈 등 에너지사업과 철도사업이 경영의 양축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적악화에 따라 에너지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나 지멘스, 미쓰비시중공업 등에 의한 쟁탈전이 확대되어왔었습니다.
당시, 지멘스는 자사의 철도사업부문을 알스톰에 양도하는 대신, 알스톰의 에너지사업을 취득한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한편, GE는 가스터빈 사업의 현금매수를 주축으로 한 안을 제시했고, 현금이 필요했던 알스톰은 GE안을 수용, 철도전문기업으로써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알스톰 쟁탈전에서는 자사의 철도사업부문을 넘겨주는 안을 내어 놓았던 지멘스였습니다만, 그 다음해인 2015년에는 입장을 바꾸어서 현재 업계 4위인 캐나다 봄바르디아의 철도사업을 매수하려한다는 소문이 주식시장에 나돌았습니다.
봄바르디아는 캐나다의 항공기사업과 독일을 거점으로 하는 철도사업의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항공기사업은 실적이 부진하지만 캐나다의 "국책사업"이기도 하기에 손을 뗄 수도 없습니다. 거기서 항공기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철도사업을 매각하기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었습니다. 이 합병 이야기는 양사가 즉각 "그런 사실이 없다"라고 발표하면서, 일단 잦아들게 되었습니다.
■ 봄바르디아가 합류하게 되는 3사 합병안도 ?
지멘스와 봄바르디아의 합병설은 올해 4월에 되풀이되어서 여름에 이르러서는 합병 합의에 근접했다고도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9월에 들어서 지멘스와 알스톰이 급접근, 결국 지멘스가 선택한 것은 알스톰이었습니다. 다만, 지멘스의 조 케저 사장은 알스톰을 선택한 이유에 관해서 회견에서 분명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봄바르디아가 세계의 합종연횡의 흐름에서 뒤쳐진 형태가 되었습니다만, 이대로 고립되진 않을 듯 합니다. 중국중차는 봄바르디아 매수에 관해 관심을 나타내었습니다. 지멘스와 알스톰의 합병에 봄바르디아가 합류한 "3사합병"도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알스톰과 봄바르디아는 프랑스, 벨기에, 캐나다 등에서 공동사업을 수행한 사이입니다. 3사연합이라면 규모 면에서도 중국중차에 대항할 수 있게 됩니다. 3사의 합병에 관해서 질문받은 알스톰의 라파르쥬 CEO는 "현시점에서 해야할 것들이 산적해 있기에, 또다른 가능성에 대해 곧바로 뛰어들 생각은 없다"라고만 답변하였습니다. 말그대로 해석하자면, 2사합병이 일단락되면 3사합병도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지멘스와 알스톰의 통합에 의해 일본의 철도차량사업에도 재편의 물결이 닥칠 것인가.
일본 국내에는 히타치, 가와사키에 일본차량제조, 긴키차량, 통합차량제작소를 포함한 5개사가 최대메이커로 간주됩니다. 이들 이외에 철도사업 규모가 작은 메이커가 여러회사 있습니다. 국내에 이정도의 메이커가 북적거리고 있다보니 어지간히도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일본차량은 JR토카이(동해) : (동해(토카이)여객철도)의 자회사, 통합차량은 JR 동일본(히가시니혼) : (동일본(히가시니혼)여객철도)의 자회사, 긴키차량은 긴키일본철도와 JR 서일본(니시니혼) : (서일본(니시니혼)여객철도)가 대주주로 있는 등 각사가 주요고객인 JR과 연결되어 있어서 제대로 영업관할이 나눠져 있습니다. 당분간 대규모 재편은 없을 것 같습니다.
히타치는 M&A(기업의 합병/매수)도 활용해서 2020년대 전반까지는 철도사업의 매출을 10조원까지 끌어올릴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목표를 바꿀 생각은 없다"라고 합니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로, 한 철도메이커 임원은 "이번 합병은 임원들 사이에서 화제에 오를지 몰라도 임원회의에서 의제에 오를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라고는 하지만, 신생 지멘스-알스톰이 합병에 의한 시너지 효과로 차량제작 비용을 낮추게 된다면 일본측 기업은 열세에 빠지게 됩니다. 지멘스는 독일의 "ICE", 알스톰은 프랑스의 "TGV"라는 고속철도의 차량을 각각의 국가에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향후, ICE와 TGV를 통합해서 공통의 차량을 개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라파르쥬 CEO는 "고객의 의향나름"이라고 답변해서, 여러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고속철도도 비용경쟁의 시대에 돌입할 듯 합니다.
■ 세계용 신칸센차량이 등장
일본측은 다른 각도에서 비용절감에 접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본차량을 산하에 두고 있는 JR토카이는 신형신칸센차량 "N700S"를 개발중입니다. 현재 주력인 N700A 타입은 16량 편성으로 차량별로 종류가 다른 차대배치기기가 탑재되어 있어서, 12량 편성처럼 편성수량이 달라질 경우 차량개조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16량 편성의 "700계열"을 기반으로 개발한 대만고속철도의 차량 "700T"는 12량 편성으로 이에 따른 개조가 필요했습니다.
N700S는 차대배치기기를 소형화, 경량화하여 차량 종류를 대폭 줄이게 되었습니다. 가장 짧게는 불과 4량 편성으로 달릴 수 있게 되어, 12량과 같은 편성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개조가 필요없게 됨에 따라 차량 제작 비용도 낮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JR토카이는 N700S의 향후 해외수출에 관해서 "가능한 많은 곳에 수출하고 싶다"라고 의욕을 보였습니다.
고속철도보다도 성장률이 높은 도시철도에서는 전통적인 철도시스템과는 다른 흐름이 생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궤도상을 고무타이어로 달리는 신교통시스템(AGT)가 바로 그것입니다. 고무타이어로 달리는 AGT는 차륜으로 달리는 철도보다 급커브나 급경사 설계가 가능해서 노선설계의 자유도가 철도보다 높은데다 건설비용 절감도 가능합니다. 타이어나 브레이크 교환등 유지비용에서도 자동차용도의 제품을 활용할 수 있는등 철도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습니다.
대형 제조사 이외의 메이커에게 있어서 AGT의 확산은 천재일우의 찬스입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선로 위를 달리는 철도영업차량은 제작하고 있지 않지만, AGT에서는 강한 존재감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 싱가포르, 홍콩등 공항교통차량이나 일본의 "유리카모메", "닛포리 토네리 라이너"등이 대표적입니다. 지멘스는 AGT에 손을 대고 있지만, 알스톰은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멘스와 알스톰이 합병하더라도 시장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포지션은 흔들릴 여지가 없습니다. 이 회사는 이번 합병에 관해서 "현시점에서는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코멘트 했습니다.
이 회사의 교통기기사업부의 야스카와 마사오 사업부장에 따르면 "AGT는 10량 이상의 장편성화나 시속 120km정도까지 고속화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즉, 지금까지는 수송량이 철도보다 낮은 지역에서 강점을 발휘해온 AGT이지만, 철도의 영역에도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건설비용도 철도보다 싸기 때문에, 이 회사는 "AGT가 향후 철도를 대신할 것을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 IoT가 철도업계에 변혁을 불러오다
최근 메스컴을 떠들썩하게 하는 IoT(사물인터넷)은, 철도사업에도 착실하게 침투하고 있습니다. 운행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으로 부품의 소모시기를 예측하고, 부품교환의 최적화로 연결되게 합니다. 또한, 혼잡할 시기의 유동인구를 분석, 운행다이어그램의 최적화나 역의 혼잡완화로 이어지게 한다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지멘스는 자사가 개발한 IoT 플랫폼 "시내리틱스"를 스페인 국철의 고속철도에 도입하여 일본이 잘하던 "정시운행"의 비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실적을 냈다.
지멘스와 알스톰은 합병의 한 이유로 "디지털화"를 언급했습니다. IoT의 기술을 가지지 못한 알스톰이 위기감에서 지멘스와의 합병을 추진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히타치가 자사의 IoT 플랫폼 "루마다"를 무기로 철도에 공세를 펼치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지멘스와 알스톰이 합병하게 되면, 일본 철도차량 업계도 "무풍지대"라는 것은 있을 수 없게 됩니다. 2012년에 대형 제작사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던 토큐차량제작이 실적악화로 인해 JR히가시에 철도차량사업의 경영권을 양도했습니다. AGT나 IoT에 의한 새로운 흐름도 가속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본다고 하더라도 세계의 흐름을 잘못 읽게 된다면, 재편의 물결은 언제든 일본에도 닥치게 될 것입니다.
TGV 열차와 ICE 열차